힘들었다. 라고 쓰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의지도 욕구도 욕망도 현저히 낮은 나날들이다. 

오늘 가까스로 목욕과 방청소로 목욕재개 하고 나니 뭔가 마음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생겼다 가까스로. 

 

더운 목욕을 하고, 빨래를 돌리고. 새로 산 옷을 다시 빨아 널고. 몸이 한껏 달아올라서 생수를 참다가 벌컥벌컥 마셨을 때 문득, 초등학교 한여름 한낮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와서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그 느낌 그 쾌감.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 느낌을 기억해 냈다. 나는 탄산, 주스 이런거 다 별로 안좋아하고. 한껏 마른 목을 시원한 맹물로 쉴틈 없이 벌컥 벌컥 마시는게 좋다. 시원한 보리차라면 더 좋겠다. 

 

불평. 불만 스트레스, 무기력의 결정체가 되다니. 서른살 끝물에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실망이다.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잘 살아보겠다고 부르짖으던 그러던 내가 아니었나? 이렇게 실망에 무기력하게 나 자신을 버려 두다니.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그 누구, 그 무엇보다도 힘이 들더라도 나는 나를 이렇게 두어서는 안되었다. 정말로 두번 사는 삶도 아니고 그토록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살고 있지 않니? 하루하루가 나는 사실은 진심으로 소중하다. (소중 해야만 하다) 오히려 너무 소중하다 못해, 이런 나날을 낭비하고 있는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실망하다 못해 아예 의욕을 잃어 버린게 지금 나의 상황 인것 같다. 

 

그래 이게 맞아. 정말로.

 

나는 너무 소중하다 못해,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워서, 그걸 그냥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게임을 할 때도 나는 save 버튼이 없는 게임은 두려워서 잘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미지의 모험을 하는 게임을 좋아하였으나, 알 수 없는 것들이 나를 죽이거나 나를 영원히 헤메이게 하거나, 다음 stage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끔찍히도 싫어하여. save를 해가며 더듬더듬, 그러나 완벽하게 해나갔다. 느리고 완벽하게.

 

게임은, 쉬웠기에 완벽할 수 있었다. 나의 인생은 답이 전혀 보이지 않고 save를 해뒀다가 다시 그 판을 깰때 까지 반복해서 해볼 수 있는 게임판이 아닌 것이다. 나는 살아 남거나, 죽거나, 그냥 살아지거나 그 셋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살아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내가 옮은지, 그른지, 잘 사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끝이 나는지 더욱 알 수 가 없다. 나는 그냥 엄청난 모험도 아니고 그저 그런 하루하루의 퀘스트, 혹은 그냥 시간 죽이기를 하며 톱니바퀴 굴러가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토록 타협할줄... 이토록 겁쟁이 일줄.... 이렇게나 의지가 없을 줄, 이렇게까지나 나약한줄... 

 

안그래도 겁이 많은 나는, save버튼도 없는 삶을 죽은 물고기 마냥 물줄기 흐르는 방향으로 둥둥 떠내려 가는 삶을 산다. 오직, 죽어있는 물고기만 그렇게 된다고 했다. 산자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살아간다. 

 

어릴적의 내가 꿈꾸었던 그런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한다. 후회와 회한만이 가득하여 후대에 대한 질투와 시기만이 가득차 저주만을 입속에 가득 담은 그런 노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린 과거의 나를 배신하지 말자. 나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걸 절대 인지말자. (이부분을 쓰다 결국 울고 말았다. 라고 적혀있다...)

 

30살, 10월 13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2:30에 드디어, 몇개월 만인지도 모르게 아주 오랫만에 빈 종이에 글씨를 적으며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다. 

 

쓰다. (이 쓰다는 bitter 인지, wrote인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